하루마음의글

국화와 너

닮은하루 2006. 3. 3. 22:42

 

3

 

많은 세상의 꽃들 가운데

딱히 너를 닮은 꽃은 드물구나

 

백합은 희기만 하고

장미는 겉으로만 찬란하니

딱히 너를 닮은 꽃은 드물구나

 

드러나지 않는 잎과 줄기

풀섶에 섞여 있어

 

꽃인줄 모르는

한 포기의 풀

 

무더운 여름은 가고

어느날 서리가 내릴 때

 

뭇 풀들은 시들고

홀로 남아 꽃을 피우

 

국화가 너를 닮은 듯

 

은은한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솟아나고

진한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매워지니

 

국화가 너를 닮은 듯

 

봄이 지나서야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시듦을 알고

 

서리가 내려서야

국화가 아름다운 꽃인줄 알겠더라.

 

 

-박 진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