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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흰 종이 위에 ....... 이기철

닮은하루 2006. 2. 21. 13:41

흰 종이 위에  
                                                                                                         ....... 이 기 철
이제 나는 나무도 숲도 안 보이는 밤, 커튼 내리고 혼자 울어본 사람을 사랑하리. 
혼자 울다 문득 촛불 켜고 이 세상 마지막이듯 가슴 속의 말 한마디 꺼내 
편지 쓰는 사람을 사랑하리 
이제 나는 새 봄의 나뭇잎을 보고 낙엽이 질 때를 미리 아는 사람을 사랑하리 
이 세상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진 적 없는 꽃 한 송이 들 가운데 피어날 때 
그 꽃이름 제일 먼저 부르는 사람을 사랑하리 
걸어가서 닿지 못할 사람일지라도 그 그림자 어디엔가 있다면 
나는 가시에 찢겨도 피 흘리지 않는 흰 구름 같은 마음으로 그를 사랑하리 
나는 이제 이십세기의 마지막 밤에 낙엽 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 세상을 잘 살았다고,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이세기를 잘 살다 간다고 
흰 종이 위에 피빛 유언장을 쓰는 사람을 사랑하리. 
시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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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흰 종이 위에 ....... 이기철
글쓴이 : 수취불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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