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마음의글

언제 보아도 그리운 사람 하나 있어

닮은하루 2006. 2. 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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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산다

    꺼져가는 숨결이든

    태어나는 숨결이든

    어느 것이 내게 다가와

    내 허한 삶의 동행자가 되어줄지

    인생에 철들 무렵부터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며 살게 되었다.

 

    한 번의 거친

    청춘의 진한 열병이

    무심히 지나쳐 버린 후

    한 살 한 살의 세월은

    삶의 찌든 냄새만 옷가지에 더덕더덕 붙어 있고

    그 냄새에 찌든 나는

    하루하루를 숨죽이듯 다독이며 살아도

    삶의 권태에 지친 허한 눈빛은

    어느 때서부터인가

    누군가의 숨결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하루의 허우적거리는 삶

    나 자신만의 숨결로는 살지 못해

    스스로 누군가를 찾아

    거친 도시에 알몸으로 나서야 하고

    또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야 하건만

    내 삶의 모퉁이엔 다가오는 향기가 없어

    나만이라도 내 따뜻한 숨결을 건네줄 사람을

    기다리며 살아도

    오랜 세월

    페허의 기침으로 습관되어 버린 기다림은

    내가 누군가에 눈물이나 주지 않는지

    작은 고통이라도 설움이나 주지 않는지

    가슴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뿐.

 

    이 초라한 회색의 도시에서

    내게 따뜻한 숨결을 건네줄 사람 누구인지

    슬프고도 감미로운 숨결이 아니라도

    짧은 생의 의미가 되어줄 사람 누구인지

    아침이면 향기롭지도 못한 삶에 허덕이며 있는 것도

    언젠가는 내게 다가오려니 하는 절망된 몸트림

    그리 저녁이면

    소주 한잔의 허한 통증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희망조차도 없다면

    우린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그것은 거역할 수만은 없는 우리 삶의 커다란 의미

    꺼져가는 초라한 숨결이든

    태어나는 소중한 숨결이든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내 스스로 다가가

    가슴 시린 아픔이 온다 해도

    남아 있는 시간 전부를 주어

    질긴 삶의 동행자로 미련 없이 살아보아야 한다.

 

 

    -김해경-